【가을걷이】 내가 파리에서 만난 거리예술 작품들 - 라 데팡스(파리의 신도시) La Défense
세자르 영화상의 창시자이자 조각가 세자르의 조각작품 엄지손가락이다.
이 작품은 파리 북서쪽에 위치한 신도시 라 데팡스 광장에 설치되어 있다. 손가락 높이가 무려 12미터나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양 손에 있는 엄지손가락은 매일 매순간 보고 만지고 일을 하면서 손가락의 모습이나 크기, 경이로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 그것을 우리는 일상의 진부함으로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은 늘 생각 하던대로, 행동하던 습관대로 생각이 굳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사람을 지루하고 나태하며 생각하는 법을 잊게 만드는 적이다.
디지털 혁명의 시대는 생각하는 법을 생각하지 못하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미 디지트 'digi't (손가락이란 뜻)의 컴퓨터 계산에 의해 모든 이미지와 텍스트, 정보들이 숫자화 하여 현상 위에 표상되고 현실화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 추구하는 편리함이란 함정에 갖힌 사고의 맹점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미술에 있어 이처럼 가장 평범하고 진부한 사물이나 이미지를 초대형 크기로 확대해 놓은 작품 경향을 '모뉴망 오브제 조각' (Monument objet sculpture) 이라 칭한다.
세자르는 가장 평범하고 진부하기 짝이 없는 엄지손가락을 거대한 거인처럼 초대형 크기로 확대해 손가락 피부의 주름살과 지문까지 극사실 기법으로 조각하고 이를 청동(bronze)으로 캐스팅해 완성한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의 존재에 대해 평소 생각지 못했던 어떤 생경함이나 존재에 대해 다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세자르는 이 조각 작품을 만들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의 나른함에 일침을 가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핵심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평범하고 진부한 하나의 형상이 갑자기 거대한 형태로 눈앞에 펼쳐졌을 때 사람들은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멈칫하게 된다. 그것은 일상에 찌들린 사고의 나태함을 다시 한 번 콕 찌르는 잠언과도 같은 시각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예술은 일상에서 굳어진 사고를 다시 유연하게 풀어줄 유일한 용해제이다.
정택영 / (파리 거주 화가, 전 홍익대 교수, 미디어저널 상임 객원 논설위원)교수의 <2020 파리팡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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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역임,
2006년 도불 현재 파리에서 활동 중, 재불예술인총연합회 회장 역임, 프랑스 조형미술가협회 회원, 월간 에세이 <한시산책, 파리 스케치 등 13여 년 연재 집필>, 월간 <아츠앤컬쳐- 파리스케치 8년 연재 집필>, 프랑스 파리 한인교민신문 <한위클리, 파리지성- '파리팡세' 칼럼 연재 중>, 드로잉 작품으로 세계 문학 책 50여 권 출간 greatart@hanmail.net takyoungjung@gmail.com takyoungjung.com jungtakyo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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