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말 1. 어둠과 빛살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제법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땅 하늘이 촉촉했는데
오후로 접어들며 날씨가 개고 기온이 20°C 이하 미세먼지가 씻겨내리고 공기는 태곳적으로 되돌아갔지
세상은 걷고 걷고 걷는 길 걷는 자만이 살아있는가
자박자박..... 허청허청..... 저벅저벅.....
말 없는 기포 침묵하는 아도 첫새벽도 말이 없다 그저 마냥
시나브로 새들과 더불어 풀벌레들이 깨어나 세상이 온통大 어둠寂과 빛살光임을 노래할 뿐
꽃 말 2. 내 것도 네 것, 네 것도 내 것
물질은 자연의 현상이어라 물질은 자연의 현상이어라 개인 것이 아니거니 개인 것이 아니거니 멋대로 인색하지 말 것이요 멋대로 탐하지도 말라 멋대로 인색하지 말 것이요 멋대로 탐하지도 말라
보라, 자연을 보라! 자연이, 이 숭엄한 대자연이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베풀고 있는지 보라 자연은 간탐하지 않나니 하늘이 언제 덮어준다고 하더뇨 땅이 언제 실어준다고 하더뇨
이토록 봄이면 꽃을 선물하고 여름이면 푸른 잎새에 찬란한 햇살을 뿌려 광합성 작용을 일으키고 산소를 공급해주지
어디 그뿐이더뇨 풀벌레에게 산새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게 하지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고 빗줄기를 퍼붓고 무지개를 만들어내곤 하지
가을이면 가을이 다가오면 밤을 주고 대추를 주고 호두를 주고 배와 사과를 주고 상큼한 금기金氣를 주고 칙칙한 기운을 죄다 걷어간다네 가을은 내 것이란 생각을 한순간도 한 적이 없거늘 그런데 베푼다는 말이 웬 말이더뇨
겨울이면 겨울이 되면 산과 들과 지붕과 장독대까지 추울세라 감기들세라 하얗게 아주 하얗게 함박눈으로 솜이불을 만들어 포근하게 덮어주고 덮어주곤 하지
얼음을 얼려 얼음을 꽁꽁 얼려 차가운 기운 가려주고 개구리 도롱뇽이 달래 냉이 씀바귀도 얼어 죽지 않도록 감싸주지 자비로 베푸는 게 아니라 자비 그 자체를 나눈다네 자비를 자비를 자비를 나눈다네
간탐어물은 마권속이요 간탐어물은 마권속이요 자비보시는 법왕자니라 자비보시는 법왕자니라
꽃 말 3. 침묵沈默
그대여! 알고 있는가 광활한 우주의 96%는 오직 어둠이고 겨우 4%가 빛임을
오늘은 빛이 아니라 어둠이고 싶다 쓸데없는 말이 아니라 침묵이고 싶다
아니 그게 아니다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세상은 으레 고요다 고요한 아침
너 없는 나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네가 곧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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